"남아 성조숙증, 키 손실 막으려면 '이 증상' 놓치지 마세요" ① [인터뷰]
남아의 성조숙증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아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초기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부모가 이상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장이 조기에 멈춰 최종 성인 키가 유전적으로 기대되는 키보다 작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소아내분비 전문의 권은별 원장(더키성장의원)은 "남아의 경우 여아에 비해 외형적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아 치료 시점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며, "성조숙증은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장과 함께 남아 성조숙증의 주요 증상과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 사항을 짚어본다.
q. 성조숙증은 여아에게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남아의 경우 초기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그런 사례를 자주 접하시나요?
네, 실제로 중학교 1~2학년 무렵에 성장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남아 중, 이미 성장판이 거의 닫혀 있는 경우를 종종 진료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아이의 과거 성장 데이터를 역추적해 보면 초등학교 4~6학년 시기에 급성장기를 겪었던 흔적이 보이는, 전형적인 성조숙증 양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당시에는 키가 잘 크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지켜보다가, 이후 갑작스러운 성장 속도 감소가 나타나면서 뒤늦게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들입니다.
q. 남아 성조숙증은 주로 어떤 증상으로 시작되나요? 부모가 눈치챌 수 있는 외형적인 변화나 행동상의 특징이 있다면요?
여아의 경우 유방 발달(젖 몽우리 형성)처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 성조숙증을 비교적 초기에 알아차릴 수 있지만, 남아는 초기 신체 변화가 외형상 쉽게 드러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아에서 나타나는 성조숙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환의 크기 증가'입니다. 고환은 음경 뒤쪽 음낭 내에 한 쌍으로 위치하며, 크기가 4ml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사춘기 시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4ml는 대략 메추리알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 크기, 또 보통 여성의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크기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눈으로 확인하거나 손으로 감지하기 어려워 조기 발견이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안타깝게도 남아들의 경우, 초기 진단 시기를 놓치고 이후 샅 부위의 털, 콧수염, 여드름, 목소리의 변화 등이 나타나는 테너(tanner) 3~4단계(총 5단계)에 이르러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요즘은 아이들 발육이 전반적으로 빨라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자연스러운 성장과 성조숙증을 구별하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요?
자연스러운 성장 패턴은 대개 만 5~6세 이후 형성된 개인의 백분위수를 따라, 1년에 4~6cm 정도의 신장 증가를 보입니다. 성조숙증 치료 시기를 놓친 많은 사례에서, 조기 성장 시기의 키 성장을 '잘 크고 있다'고 오해하고 지나치곤 합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성장 곡선이 갑작스럽게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q. 환경호르몬이나 비만이 성조숙증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환경호르몬은 오랫동안 성조숙증을 야기할 수 있는 외부요인으로 주목 받아왔습니다. 특히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이 대표적인 의심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장난감·바닥재·접착제·플라스틱 식품 용기·조리 도구 등 다양한 일상용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물질입니다. 다만, 프탈레이트 하나만으로 성조숙증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여러 가지 내부요인(특히 유전적 요소)과 외부요인이 간섭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비만의 경우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및 대사 물질들이 사춘기 호르몬의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간접적인 위험 요소로 평가됩니다. 비만 환아의 경우 진성 성조숙증, 즉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직접적인 자극 없이도 골연령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관찰됩니다. 이러한 골연령의 과도한 성숙은 결과적으로 성장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아 비만은 심혈관질환과 일부 암의 주요 위험 인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 관리가 필요한 의학적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성조숙증 예방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회용품 사용, 과도한 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전자파 노출, 그리고 활동 시간 감소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꼭 경각심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q. 남아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키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정상적인 성장 패턴에서 생후 3세까지의 제1의 급성장기를 지난 후,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하여 만 5~6세 이후에는 연간 약 4~6cm의 신장 증가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후 뼈 나이(골연령)가 약 13세가 될 무렵에는 1년~1년 6개월가량 급격한 성장을 한 뒤,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최종적으로 성장이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치료 시기를 놓친 남아의 경우에는, 중학교 시기에 성장이 종료되게 됩니다. 즉,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본인이 원래 가진 유전적 키보다 최종 성인 키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주의해야 할 점을 짚어주신다면요.
사춘기 행동을 흔히 반항, 분노, 감정 기복 등으로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신데요. 이러한 변화는 자아 확립을 위한 정상적인 심리적 발달 과정의 일환으로, 아이마다 편차가 큽니다. 소아내분비 전문의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정서적 변화와 신체 변화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조숙증은 사회정서적인 발달보다 신체 변화가 먼저 시작되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아이는 또래보다 앞서 성장을 겪으며, 혼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기다려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